국회가 마침내 움직였습니다. 3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3%로 조정하는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개혁이 확정됐습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뤄진 연금개혁입니다.
이제 국민들은 내년부터 보험료를 조금 더 내야 하지만, 노후에 받을 연금도 늘어나게 됩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 속에서도 이 문제만큼은 협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연금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입니다. 하지만 이번 개혁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단 9년 늦춘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구조개혁 논의가 시작돼야 합니다.
국민연금 개혁, 왜 필요했을까?
국민연금은 1988년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지속 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초기 보험료율은 3%, 소득대체율은 70%로 매우 후한 조건이었지만, 이는 연금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국민들이 연금제도에 가입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죠.
그러나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민연금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저출산 문제로 인해 연금 재정을 떠받칠 젊은 세대가 줄어들면서 ‘미래 세대 부담’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1998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연금개혁이 이루어졌고, 이번이 세 번째 개혁입니다.
이번 개혁의 핵심 내용
이번 연금개혁은 재정 안정과 노후 보장을 균형 있게 조정한 결과입니다.
- 보험료율 인상: 현재 9%에서 내년부터 매년 0.5%p씩 올라 최종적으로 13%까지 인상
- 소득대체율 조정: 원래 40%로 하락할 예정이었으나 43%로 조정
- 연금 가입 기간 크레디트 확대: 출산, 군 복무 기간을 연금 가입 기간에 포함
- 저소득층 지원 강화: 보험료 지원 확대
- 연금 지급 국가 보장 명문화
이번 개혁으로 인해 국민연금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연금고갈, 9년 늦췄을 뿐…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현재 연금 재정 상태를 감안하면, 이번 개혁은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합니다. 개혁이 없었더라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에 고갈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혁을 통해 기금 고갈 시점이 2064년으로 9년 연장됐을 뿐입니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단순히 연금 고갈 시점을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합니다. 결국 현 세대가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는 의미이며, 미래 세대가 직면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입니다.
구조개혁이 필요한 이유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모수개혁은 재정 안정화에는 기여하지만, 연금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구조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부담 증가
-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초과)에 진입했습니다.
-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고, 이를 부담할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 불균형한 연금제도
- 국민연금 외에도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다양한 연금제도가 있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만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 공적연금 전반을 개혁해 형평성을 맞춰야 합니다.
- 재정 고갈 문제
- 연금 기금이 계속 쌓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게 됩니다.
-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연금개혁, 이제 구조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개혁은 연금개혁의 첫걸음일 뿐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을 완료하려면 다음과 같은 구조개혁 논의가 필수적입니다.
- 연금통합 논의: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과 국민연금을 통합해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 검토
- 정년 연장: 고령사회에서 연금을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시스템 구축
-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 경제 상황과 평균 수명 증가에 따라 연금 지급액과 보험료율을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 도입 고려
- 청년세대 부담 완화 대책 마련: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세제 혜택 및 연금 구조 개선
국회는 연금개혁특위를 통해 구조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는 여야가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입니다.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정치권이 혼란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미래를 위한 개혁을 함께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논의해야 합니다. 특히, 미래세대에게 연금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청년세대가 "국민연금을 믿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연금개혁의 궁극적인 목표여야 합니다.
이제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모수개혁에 머물지 말고, 구조개혁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연금개혁’을 이루는 것.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