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도입: 논란의 중심에 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사실을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도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이 있다면 어떨까? 대한민국 형법 307조 1항과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이 바로 그 예다. 이른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5만 명 동의 기준에 근접하며 국회 논의가 예상되고 있다.
2. 폐지 찬성 vs 반대 입장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둘러싼 논쟁은 크게 찬성과 반대로 나뉜다.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처벌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투 운동, 내부고발, 갑질 폭로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알리는 과정에서 이 법이 오히려 진실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유엔 자유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를 강조한다.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공익적 목적을 지닌 경우도 있지만, 악의적으로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무분별한 폭로로 개인의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공익과 비방의 기준이 모호해 법이 폐지될 경우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3. 여론 반응과 청원 진행 상황
이 논란 속에서 2024년 2월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록됐다. 3월 1일 기준으로 4만 5천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으며, 국회 논의 기준인 5만 명 돌파가 임박했다.
청원인은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도 처벌받는 현행법은 불합리하다"며, "비판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익적 목적으로 폭로된 사례조차 명예훼손죄로 처벌되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4. 결론 및 전망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명예 보호와 표현의 자유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법률이다. 현재 청원 동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폐지가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명예 보호를 위한 대체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법 개정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