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제 폭력에 희생된 19세 여성, 남겨진 가족의 절규
"1년이 됐어요. 오늘 오는데 벚꽃이 피더라고요. 저는 벚꽃이 피는 게 싫어요. 전에는 예뻤는데 지금은 싫어요. 너무 기가 차요. 왜 효정이가 이것밖에 살지 못하고 갔는지. 똑같은 말을 1년째 한들 바뀌는 것도 없고,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여전히 몰라요."
지난해 4월 1일, 대학생 이효정(사망 당시 19세) 씨는 경남 거제의 원룸에서 전 남자친구 김모(21) 씨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 김 씨는 잠에서 막 깨어난 효정 씨를 30분 동안 폭행하며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목을 조르고 머리를 구타했다. 결국 효정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해자에 대한 낮은 형량, 유족의 분노
검찰은 가해자 김 씨를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11월, 징역 12년과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는 선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점과 "피고인이 초범이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형량을 낮췄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효정 씨의 어머니 A 씨는 "우리 아이는 꿈도 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는데, 가해자는 겨우 12년 후면 다시 사회에 나온다"며 "이게 과연 정의로운 판결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신고 11번에도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
효정 씨는 생전에도 가해자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다. 그는 외출할 때 친구들을 대동할 정도로 두려워했고, 가해자의 폭행을 피하려 긴 옷을 입고 다녔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가해자로부터 폭행당해 친구들 앞에서 쓰러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에 11차례나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건이 쌍방폭행으로 처리됐다. 160cm 남짓한 피해자가 180cm의 가해자에게 저항한 것이 폭행으로 간주된 것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자가 인형처럼 맞고만 있어야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것 같다"며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공소장 변경 촉구, '살인죄' 적용해야
유족과 시민단체는 검찰이 공소장을 '상해치사죄'에서 '살인죄'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범행 정황을 고려할 때, 최소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었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처음에는 "사망 원인이 폭행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가 이후 "머리 손상에 의한 합병증 가능성이 크다"고 정정한 것도 유족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재흔 경남여성회 사무국장은 "이 사건은 일방적인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이며, 이를 단순 상해치사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유족의 1인 시위, 검찰의 응답을 기다리며
공소장 변경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A 씨는 3월 17일부터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는 "검사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5분이라도 만나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야기할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연인 간의 폭력 사건이 아니다. 교제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사법체계가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 재조명해야 할 문제다. 유족과 시민사회는 피해자가 끝내 지켜지지 못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이제는 사회가 응답할 차례다.